아시아축구연맹(AFC) U-17 아시안컵에서 3골을 터뜨리며 맹활약했던 김은성(17, 대동세무고)은 오는 11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을 통해 또 한 번의 도약을 꿈꾼다.
김은성은 지난 4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AFC U-17 아시안컵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U-17 대표팀을 맡고 있는 백기태 감독은 아시안컵을 앞두고 23명의 최종명단을 발표했는데 이 가운데 김은성은 유일하게 학원팀 소속으로 이름을 올렸다.
대회 전까지만 해도 프로 산하 유소년팀 선수들에게 관심이 돌아갔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김은성은 숨은 보석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인도네시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0-1 패) 결장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아프가니스탄과의 2차전(6-0 승)에서 보란 듯이 멀티골을 기록했고, 예멘과의 3차전(1-0 승)에서는 결승골의 주인공이 됐다. 타지키스탄과 8강전(2-2 무, 승부차기 5-3 승)에서도 승부차기 키커로 나서 득점에 성공하며 대표팀의 4강 진출에 힘을 보탰다.
조별리그에서 불안한 출발을 보였던 대표팀은 김은성의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분위기를 바꿀 수 있었다. 비록 U-17 대표팀은 준결승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덜미를 잡혔으나 상위 8팀에게 주어지는 월드컵 진출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더불어 김은성은 대회 후 FIFA가 선정한 ‘U-17 아시안컵을 빛낸 6인’에 포함됐다. FIFA는 김은성에 대해 “인도네시아전에는 결장했지만, 이후 반등에 성공하며 한국의 최다 득점자로 올라섰다”라며 “아프가니스탄전에서 첫 골을 기록했고, 이후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며 태극전사들이 준결승에 진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3골로 대표팀 내 득점 1위를 차지한 김은성은 이 대회 득점 공동 3위를 차지했다. 아시안컵 활약을 계기로 김은성은 주변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유명 인사(?)가 됐다. 고향인 충북 영동에는 김은성의 활약을 축하하는 현수막까지 걸렸다고 한다. 이제 축구선수로서 꽃을 피우는 시기에 접어든 그는 오는 11월 U-17 월드컵에서 또 한번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대한축구협회(KFA) 홈페이지가 김은성을 직접 만났다. 김은성을 만나보니 이제 막 축구에 눈을 뜬 선수다운 패기와 열정이 한몸에 느껴졌다. 하지만 그는 작년까지만 해도 대표팀 내 프로 산하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주눅이 들어 공이 오는 게 무서웠다는 뜻밖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 U-17 아시안컵 후 한 달이 지났다. 요즘 근황이 어떻게 되는지.
일상으로 돌아가 친구들과 함께 학교생활을 하면서도 마음을 다잡고 훈련하고 있다. 외부 훈련을 나갈 때는 3교시나 4교시까지만 수업을 듣고 하교하는데, 같은 반 친구들이 부러워한다(웃음).
- 아시안컵 당시 준결승에서 아쉽게 승부차기로 패배했지만 U-17 월드컵 진출권을 확보했다. 당시를 떠올리면.
조별리그를 통과하면서 8강에 올랐을 때 U-17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건 ‘당연히’ 달성해야 할 목표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우승을 목표로 잡았기에 최종 결과는 많이 아쉬웠다. 절반 정도의 성공이 아닐까 싶다. 다만 내 스스로는 약점을 많이 느꼈다. 중동 선수들의 신체조건이 뛰어나서 맞붙었을 때 꽤 고전했다. 신체적으로 더 성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FIFA가 뽑은 'AFC U-17 아시안컵을 빛낸 6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축구를 늦게 시작해서 국가대표라는 자리까지 온 것만 해도 잘 믿기지가 않았다. 그런 자리에 내가 선정돼 정말 영광이고 꿈만 같다. 이 수상을 계기로 자만하지 않고 한 단계 더 성장해야겠다는 목표의식이 생겼다. 백기태 감독님도 여기서 끝이 아니라 월드컵이 아직 남았으니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차근차근 준비해보자고 말씀해주셨다. 월드컵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싶다.
- 아시안컵 후 주변 반응은 어땠는지.
가족들이 크게 축하해줬다. 국제대회에서 활약하고 수상까지 하는 영예를 이뤘으니 앞으로도 잘해서 더 멋진 선수가 되라고 하시더라. 특히 내 고향인 충북 영동에는 현수막도 걸렸다. 학교 친구들은 옆에 있던 친구가 국가대표로 돌아오니 신기하게 바라봤다. 대동세무고 동료들로부터는 부러움을 사서 쑥스럽지만 뿌듯하기도 했고, 대동세무고 박민서 감독님도 부족했던 점 등을 짚어주시면서 계속 도와주신다.
- 작년 8월 대표팀에 처음 발탁됐는데, 감독님께서 본인의 어떤 점을 좋게 봤다고 생각하는가?
지난해 무학기 전국대회에서 대동세무고와 제주제일고가 대결했는데 백기태 감독님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에서 경기를 보러 오셨다. 그때 내가 해트트릭을 기록하면서 우리가 4-1로 승리했다. 내 장점인 빠른 스피드와 자신 있는 슈팅을 좋게 봐주셔서 이를 기점으로 감사하게도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었다.
- 대표팀 선수단 대부분 프로구단 산하 유소년팀 소속인 반면 본인은 학원팀 소속이었다. 적응하기에 어려운 점은 없었는가.
초반에는 많이 주눅 들어서 어색하고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특히 작년 10월 아시안컵 예선 대비 훈련에서는 자신감이 최저로 떨어져 있었다. 볼을 잡기도 무섭고 계속 자신 없는 플레이를 보여서 나 자신에게 실망을 많이 했다. 그러던 중 주장인 (구)현빈이가 잘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넣어줬고, 감독님께서도 따로 방으로 부르셔서 격려해줬다. 덕분에 자신감을 찾으면서 예선에서 대표팀 첫 골을 기록할 수 있었다. 그 두 사람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다. 그밖에 모든 동료들도 지금은 정말 친하고 소중한 친구들이 됐다.
- 첫 발탁을 시작으로 이제는 꾸준히 대표팀에 선발되고 있는데.
아시안컵이라는 국제대회에 나가보니 정말 국가대표인 것이 실감나더라. 대표팀에 한두 번 뽑혔다고 자만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노력하고, 내 장점을 개발해나가는 모습을 보여드린 점이 지금까지 쭉 국가대표를 할 수 있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 나이대를 대표해서 나가는 만큼 앞으로도 부끄럽지 않게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주고 싶다.
- 이제 개인적인 이야기로 넘어가려고 한다. 처음 축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어렸을 때는 활동적이기만 하고 축구에 큰 관심은 없었다. 그러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코로나19로 학교를 가지 못하던 중 어머니 친구 분의 아들이 축구 코치로 활동하신다는 말을 듣고 축구를 시작했다. 정지훈 코치라는 분인데, 그 형의 개인 수업 덕분에 축구에 흥미를 느낀 뒤 중학생으로 올라가면서 서울로 올라와 금천FC에서 전문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정지훈 코치님은 내게 은인 같은 분이다.
- ‘중학생’ 김은성은 어떤 선수였는지.
처음에는 미드필더로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키가 작고 통통한 편이었다. 그러다 키도 점점 크고 살이 빠져서 당시 감독님께서 공격수를 맡겨 주셨는데, 경기력이 괜찮았던 터라 그 이후로 쭉 공격수로 뛰고 있다. 물론 중학생 시절에는 그저 스피드만 좋은 선수였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볼터치의 세밀함이나 공격 시 조금 더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과감함이 좋아진 점이 아닐까 싶다.
-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꼽자면.
최대 강점은 스피드다. 볼을 가지고 있을 때도 수비수에게 뺏기지 않을 만큼 빠른 스피드로 돌파하는 것이 가장 자신 있다. 다만 축구를 다른 선수들보다 늦게 시작한 탓에 아직 기본기가 다소 모자라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앞서 얘기했듯이 근력 운동을 통해 신체조건도 더 발전시켜야 한다.
- 금천FC를 거쳐 대동세무고에서 활약 중이다. 입학하게 된 계기는.
대동세무고 박민서 감독님이 금천FC 감독님과 친분이 있으셔서 중학교 3학년 여름에 경기를 보러 오셨다. 그 경기에서 내 플레이가 마음에 드셨는지 경기가 끝난 뒤 따로 부르셔서 대동세무고에 와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신 덕에 여기까지 오게 됐다.
- 대동세무고의 장점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열정’이다. 우선 감독님, 코치님들 모두 정말 열정적이셔서 우리도 열심히 훈련하면서 매 경기 200%를 끌어내려고 노력한다. 또 3학년 형들이 다들 착하고 후배들에게 잘해주는 덕에 선수단 분위기가 장난도 많이 치는 등 화목하다. 다들 동료라는 관계를 넘어 친한 친구처럼 지낸다. 팀 생활이 너무 행복하다(웃음).
- 롤모델로 삼는 선수는 누구인가?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에서 뛰는 엄지성을 본받고 싶다. 엄지성을 광주FC(K리그1) 시절부터 봐왔는데, 슈팅 각을 잘 살리면서도 득점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는 골 결정력이 멋지다고 느껴진다. 나도 엄지성처럼 어린 나이에 팀의 핵심 선수가 된 후 해외 진출까지 이뤄낸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 현재 진행 중인 고등리그와 더불어 11월 예정된 U-17 월드컵까지 바쁜 한 해가 될 것 같다. 올해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U-17 월드컵에서도 대표팀에 선발되는 것이 먼저다. 지금까지 U-17 대표팀의 월드컵 최고 성적이 8강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 기록을 넘어 우리가 월드컵 우승까지 이뤄내고 싶다.
- 마지막으로 몇 년 뒤 성인이 된 김은성은 어떤 선수가 돼있을 것 같나.
모두에게 박수 받는 프로 선수가 되고 싶다. 내 인생에서 처음 보러 간 축구 경기가 대전하나시티즌(K리그1)의 경기였는데, 경기장에서 팬들의 많은 환호를 받으며 뛰는 선수들의 모습이 정말 멋있더라. 충청도 출신인 만큼 대전하나시티즌에 꼭 입단해서 그 환호성을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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