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디자인고, 시스템이라는 토양에서 미래를 꽃피우다

  • 김새결 기자
  • 발행 2026-04-22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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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한축구협회. 인천 디자인고 여자축구부 선수들.]


축구를 비롯한 스포츠의 우선 목적은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다. 그렇기에 성적이 좋아야 팀도 주목받을 수 있다. 하지만 성적만이 팀의 모든 것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모든 팀은 고유의 정체성이 있고, 그 정체성으로 자신만의 스토리를 써 가고 있기 때문이다. ONSIDE는 감춰져 있던, 하지만 알고 나면 흥미로운 팀 스토리를 하나씩 소개하려 한다. 4월호는 인천 여자축구의 든든한 뿌리, 인천디자인고다.


TEAM PROFILE

창단일 1995년 3월 3일

주소 인천광역시 서구 대평로56번길 10

감독 이혜진

주요 이력 2023 춘계한국여자축구연맹전 8강, 2025 제106회 전국체육대회 여자 18세이하부 8강, 2025 추계한국여자축구연맹전 8강



봄기운이 가득했던 3월의 어느 날, 인천 서구에 있는 서곶근린공원 축구장을 찾았다. 이곳에서는 인천디자인고 여자축구부의 훈련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이혜진 감독이 ONSIDE를 반갑게 맞이하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저희는 보통 3월부터 10월까지 이곳에서 훈련합니다. 특히 4월부터는 서곶근린공원과 천연 잔디가 갖춰진 인천아시아드 보조경기장을 번갈아 가며 사용해요. 또 학교 안에는 웨이트 훈련장과 실내 체육관이 갖춰져 있습니다.”



남부럽지 않은 환경을 갖춘 인천디자인고 여자축구부는 1995년 창단해 3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팀이다. 2003년 미국 여자월드컵에서 한국의 여자월드컵 첫 골을 뽑아낸 ‘레전드’ 김진희가 이 학교 출신이다. 현재 지휘봉을 잡고 있는 이혜진 감독도 인천디자인고를 나왔다. 이 감독은 “인천디자인고는 오랜 전통을 지닌 팀으로, 올해 23명의 선수가 우리만의 고유한 문화를 가지고 명가 재건을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인천 디자인고 여자축구부 이혜진 감독.]


통제 가능한 것만 신경 쓸 것

인천디자인고의 훈련 철학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스스로 컨트롤하는 선수를 육성하는 것’이다. 아직 완전히 여물지 않은 어린 선수들은 경기 중 일어날 수 있는 많은 변수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 치열한 경쟁과 변수를 이겨내야 승리라는 목적을 얻을 수 있는 만큼, 이혜진 감독은 평소 훈련 때 선수들에게 스스로 컨트롤하기를 주문한다.



“어린 여자 선수들은 감수성이 풍부한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경기가 잘 안 풀리면 안 좋은 감정에 빠지는 경향이 있어요. 저는 평소 선수들에게 통제 불가능한 것에는 신경 쓰지 말고, 통제 가능한 것에만 신경 쓰라고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어 경기에서 패스 미스를 했는데, ‘아, 난 왜 패스 미스를 할까? 왜 안 되지?’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패스 미스를 했구나! 다음에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선택을 할까?’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스스로 컨트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필요한 건 받아들이는 마음인 것 같아요. 저나 코치 선생님, 혹은 동료들이 해주는 피드백을 잘 받아들이고 본인이 가진 것을 가미한다면 경기에서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피드백에도 ‘무조건 내 선택이 옳다’고만 생각한다면, 그 선수는 좋은 축구 선수가 될 수 없어요. 기술을 전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받아들이는 것, 스스로 컨트롤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상 이혜진 감독



선수들도 이혜진 감독의 뜻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스스로 컨트롤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직접 부딪히고 경험하며 중요성을 깨닫는 중이다. 올해 3학년으로 팀의 센터백이자 주장인 윤현지는 “감독님께서 선수 스스로 컨트롤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신다”라면서 “나 역시도 훈련이나 경기 중 태도를 꾸준히 돌아보고 있다. 또 모든 걸 스스로 주도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 쓰는 중이다”라고 전했다.



윤현지와 동갑내기이면서 팀의 부주장을 맡고 있는 센터포워드 정예원도 “감독님 말씀처럼 나 역시도 감정 컨트롤을 중요하게 생각 중이다. 경기할 때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내 플레이와 팀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혜진 감독은 인천디자인고에 오기 전 인천가정여중에서 감독 생활을 했다. 바꿔 말하면, 현재 인천디자인고에 있는 선수들 중 대부분을 중학교 때부터 봤던 것이다. 눈만 봐도 이 선수가 어떤 상태인지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다. 오랜 기간 봐왔기에 발전을 위한 맞춤 지도도 가능하다.



“안 좋은 기분에 빠진다고 해서 경기를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그 감정에 자꾸 빠져드는 것보다, 순간에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하죠. 제가 자꾸 이야기해서인지 최근에는 감정에 휘둘리는 선수들이 저희 팀에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단체 생활인 만큼 좋아하는 걸 서로 해주는 것보다 싫어하는 걸 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이혜진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가정여중과 연습경기를 치르고 있는 인천디자인고]


성장의 열쇠는 ‘경기 기반 훈련’

훈련 철학 두 번째는 ‘경기 기반 훈련’이다. 과거에는 상대가 없는 상황, 즉 드릴 형태의 훈련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경기 기반 훈련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대한축구협회(KFA)가 주도하는 한국축구 기술철학(MIK)에서도 하이 퍼포먼스를 강조하면서 경기 기반 훈련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는데, 인천디자인고의 철학이 이와 일맥상통한다.



ONSIDE가 훈련장을 방문한 날에도 인천디자인고는 가정여중과 연습 경기를 진행하며 보완해야 할 점을 찾고 있었다. 이혜진 감독은 “우리 팀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경기 기반 훈련”이라면서 “우리만의 경기 모델을 가지고 훈련장 안에서 경험하고 시도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는데, 지금 제일 필요한 트레이닝방법”이라고 이야기했다.



“훈련을 왜 할까요? 결국에는 대회 가서 이기려고, 잘하려고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훈련장 안에서 실제 경기와 비슷한 상황들을 만들어 줘야 해요. 그래야 선수들이 실수를 덜 하거든요. 축구는 골을 넣는 스포츠이지만 골을 만들어가는 과정도 중요한 스포츠입니다. 과정이 좋아지려면 선수들이 팀의 방향성을 분명히 인지해야 하고 동시에 본인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훈련장에서 많이 경험해 봐야 해요. 이런 요소들이 더해진다면 좋은 경기력도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수원 삼성 이정효 감독님의 스타일을 좋아하는데요. 축구는 볼이 있을 때보다 없을 때 더 바쁘게 움직여야 해요. 그래서 공간과 포지션이 참 중요한데, 이 부분도 선수들에게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 이혜진 감독



경기 기반 훈련은 선수들이 실전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정예원은 “우리 팀은 항상 훈련 전에 단체 미팅을 하고 나간다”면서 “훈련이 경기 형식처럼 되어 있기에 판단력과 이해도가 좋아지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훈련하면서 기량이 많이 발전했고, 판단력과 이해도가 좋아지다 보니 자신감도 붙었다”라고 설명했다.



윤현지도 비슷하게 이야기했다. 그는 “게임 형식의 훈련을 많이 하고 있어 실제 경기장에서 쓸 수 있는 플레이들을 다양하게 습득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학교, 고등학교를 (이혜진) 감독님과 함께하고 있는데, 감독님이 내 장단점을 세세히 알고 계셔서 훈련 때 장점이 더 돋보일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라고 설명했다.



선수 기량 발전이 눈에 보이면, 선수 본인뿐만 아니라 지켜보는 학부모도 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다. 홍라희 선수의 아버지인 홍순의 씨는 “아이가 가정여중 시절부터 이혜진 감독님에게 배웠는데, 선수로서 엄청나게 성장했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면서 “감독님의 지도 철학이 우리 아이와 너무 잘 맞는다고 생각했기에 다른 생각하지 않고 인천디자인고에 진학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정예원(왼쪽)과 윤현지 선수]


시스템이 미래를 바꾼다

인천디자인고를 비롯한 인천 지역 엘리트 여자 축구팀은 서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인천가림초-인천가정여중-인천디자인고로 이어지는 연계 시스템은 타 지역과 비교해도 상당히 체계적이다. 이러한 연계 시스템은 어린 선수들이 부모와 떨어져 먼 곳에서 지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줄이고, 지역에서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원동력이 된다. 어려운 여자축구 현실에서도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기도 하다.



더 눈에 띄는 건 가림초와 가정여중, 인천디자인고가 서로 훈련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로 또 같이’인 셈이다. 세 팀의 감독은 수시로 모여 현 상황을 공유하고, 발전 방향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한다. 더 탄탄한 연계 시스템 구축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



“연계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인천 지역에서 선수를 키우기 위해서입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선수들은 아직 어리기에 집에서 떨어져 지내는 것이 자칫 부담될 수 있어요. 부모님과 함께 지내면서 축구하면 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두 번째는 선수 성장 때문입니다. 여자 선수들의 경우 남자 선수들과 다르게 대부분 축구를 늦게 시작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성인이 되기까지 배울 수 있는 시간이 길어야 8~9년 정도입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 성과 혹은 결과만 쫓아가다 보면 본인이 가진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축구를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어요. 그래서 성장 중심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연계 시스템 구축이 중요합니다. 초등학교, 중학교에서는 그 나이대에 배워야 할 것들을 충분히 배우고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꽃을 피우도록 돕는 것이죠. 지도자는 당장의 성과만 볼 것이 아니라 선수의 생애주기를 거시적으로 봐야 합니다. 타이밍에 맞게 좋은 선수를 키워내야 하는 만큼, 저희 세 팀만의 교육 커리큘럼과 플랜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 부모님들은 (당장 성과가 나지 않기에) 조급한 마음이 드실 수도 있겠지만, 결국에는 이 과정이 선수가 성인이 됐을 때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 이상 이혜진 감독



가림초 김수진 감독과 가정여중 조예령 감독도 연계 시스템 구축의 장점을 이야기했다. 김수진 감독은 “가림초, 가정여중, 인천디자인고는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며 진학에만 신경을 쓰지도 않는다. 세 팀은 아이들에게 단단한 뿌리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하기에 단계별로 하나씩 채워 나간다는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 가림초에서 개인 전술이나 기술을 배운다면 가정여중에서는 배운 것을 토대로 포지션 전문화와 그룹 전술을 배우고, 인천디자인고에서는 게임 모델을 기반으로 훈련하는 방식이다”라고 밝혔다.



조예령 감독은 심리적 안정감을 강조했다. 조 감독은 “심리적 안정감은 선수들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면서 “연계 시스템이 정착되면 초등학교, 중학교 단계에서 아이의 성향과기질을 파악할 수 있고 사춘기가 왔을 때 부모님과 함께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익숙한 환경이기에 빠른 훈련 적응도 가능하다”라고 표현했다. 또 “연계 시스템은 초등-중등-고등에 걸친 장기 육성 프로그램이기에, 연령대에 맞게 배워야 할 것을 집중적으로 가르칠 수 있고 실수할 시간과 경험도 제공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인천디자인고와 가림초, 가정여중은 K리그1 인천유나이티드와 WK리그 인천현대제철로부터 지원을 받기도 한다. ‘인천 축구는 한 가족’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혜진 감독은 “인천유나이티드와 인천현대제철, 인천시 축구협회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특히 같은 여자 팀인 현대제철에서 사회 공헌 차원에서 올해부터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에 모두 유니폼을 지원해 주고 있다. 덕분에 세 팀이 한 유니폼을 입고서 한마음으로 뛰는 중”이라고 이야기했다.



인천디자인고는 오랜 시간 자신들이 다진 길을 앞으로도 우직하게 걸어 나간다는 각오다. 탄탄한 시스템 위에서 한국 여자축구의 미래를 이끌어 갈 선수들을 꾸준히 배출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올해 주장을 맡았는데 리더로서 팀원들을 더 잘 이끌어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감독님도 저희도 원하는 대회 우승을 꼭 이뤄내고 싶어요. 3학년이 된 만큼 동료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선수가 되려고 합니다. 그래야 팀도 더 단단해질 수 있을테니까요.” – 윤현지



“개인적으로는 지금보다 더 발전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좋은 성적을 내고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어요.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해야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되기 때문입니다. 저도 꼭 그렇게 되려고 해요.” – 정예원



“제가 가진 특이한 습관이 있어요. 매년 7월 24일 메모장에다가 개인 목표와 팀의 목표를 적는 것입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그냥 7월 24일에 적다 보니 습관이 된 것 같습니다. 지난해 7월 24일에 적은 목표를 보니, 올해 팀의 우선 목표는 대회 4강 진출이더라고요. 동시에 앞으로 3년 이내에 여자 고등학교 축구 상위권에 오르고 싶습니다. 이제는 고등학교에서 WK리그에 바로 올라갈 수 있는 제도가 생겼기 때문에 매년 한 명씩은 WK리그에 올려보내고 싶어요. 해외 진출은 한 5명 정도 보내면 좋을 것 같고요. 사실 제일 중요한 건 매년 잘하는 것보다도 장기적으로 팀이 강해지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지금의 시스템이 더 공고해지고 체계화되어야 할 것 같아요. 제가 있는 동안에는 (시스템을) 정말 잘 만들고 싶어요. 그래야 나중에 제 후배들이 이 팀의 감독이 되어도 인천 여자축구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니까요.” – 이혜진 감독



‘우리 팀 정말 좋은데, 알릴 방법이 없네…’

ONSIDE를 통해 우리 팀을 알리고 싶으신가요? 기회를 열어드리겠습니다. 팀명과 간단한 팀 소개, 감독님 연락처를 이메일([email protected])로 보내주시면 담당자 검토 후 연락드리겠습니다. 팀 관계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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